길에서 만난 사람들 여섯 번째 이야기 "발이 시린 그에게, 따뜻한 양말을 건넸을 때"
> 노숙자에게 다가가는 마음은 따뜻했지만, 돌아온 감정은 생각보다 서늘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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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이었다.
내가 살던 동네는 산과 공원이 맞닿은 조용한 언덕이었다.
사람들은 잘 오르지 않았고, 그래서 그곳은 언제나 한산했다.
그날도 나는 기도처럼 걸으며,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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벤치에 앉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.
180cm쯤 되는 키, 통통한 몸, 더벅머리…
무엇보다 맨발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.
나는 방금 새로 신은 등산용 겨울 양말을 벗어 그의 앞에 내밀었다.
> “이거 따뜻해요. 신어요.”
그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.
> “그거 헌거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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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짧은 말이 나를 멈춰 세웠다.
‘왜 맨발로 있어…? 이 추위에…’
나는 귤과 간식을 꺼내 그의 옆에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.
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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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후, 나는 그 공원에 가지 않았다.
그를 보면 멀리서 내 시선을 느끼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.
그게 착각이든, 진짜든…
나는 조금씩 그의 시선이 두려워졌다.
> 내가 양말을 건넨 건 따뜻한 선의였을까,
아니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자기만족이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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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 이후, 내 마음속에 남은 건 양말이 아니었다.
그는 왜 내 호의를 거절했을까?
자존심 때문이었을까? 아니면 그냥… 사람이 다가오는 게 불편했던 걸까?
나는 그가 말한 **‘헌거’**라는 말의 뜻을 한참 곱씹었다.
그건 내가 몰랐던 거리, 모르는 삶의 냄새 같은 것이었다.
나는 그저 사람을 돕고 싶었을 뿐인데,
그는 그 도움마저도 거리낌으로 여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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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은 가까이서 보면 더 여리고, 사람도 그렇다.
가끔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.
그때 내가 그 양말을 건넨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.
정말 그를 위해서였을까.
아니면 내가 **‘좋은 사람’**이고 싶었던 걸까.
어쩌면 그날,
양말보다 더 따뜻해야 했던 건
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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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도 꽃처럼, 가까이서 보면 더 여리다.
그의 차가운 발보다,
내 안의 따뜻함이 먼저 식었던 건 아닐까… 🧣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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